병원을 선택할 때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의료진의 경력입니다. 대학병원 교수 출신인지, 유명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는지, 학회 활동은 활발한지 등을 살펴보며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인지 판단하려고 합니다. 이런 심리를 잘 보여주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학병원 외래교수'라는 직함입니다. 병원 홈페이지나 광고, 현수막, 명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표현은 많은 환자에게 "현재 대학병원에서도 진료하거나 학생을 가르치는 의사"라는 인상을 줍니다.

외래교수는 대학의 정식 전임교수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의과대학이나 대학병원이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병원 밖에서 활동하는 의사를 일정 기간 위촉하는 비전임 교원을 의미합니다. 의료 현장의 경험이 풍부한 의사를 교육과 연구에 참여시키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현실에서 외래교수라는 직함이 제도 본래의 목적과는 다른 방식으로 적지 않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해당 병원에서 전공의나 전임의 과정을 수료했거나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에게 비교적 폭넓게 외래교수 직함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위촉 이후 학생 교육이나 연구 활동에 거의 참여하지 않더라도 외래교수라는 경력은 계속 병원 홍보에 활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학병원 외래교수'라는 문구를 보면 현재도 대학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하거나 의대생과 전공의를 직접 교육하는 현직 교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의료계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의미를 일반인이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직함은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합니다. 교수, 임상교수, 겸임교수, 외래교수, 임상조교수, 비전임교원, 자문교수 등 비슷한 명칭이 많지만 의미는 모두 다릅니다. 대학마다 기준도 다르고 계약 형태도 다르며 담당 업무 역시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외래교수라도 어떤 대학에서는 교육 활동을 활발하게 수행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다른 대학에서는 명예성 위촉에 가까운 사례도 존재합니다.
이처럼 기준이 통일되지 않은 이유는 관련 법령이 외래교수 위촉 방식을 세부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은 자체 규정에 따라 외래교수를 위촉할 수 있으며 위촉 대상과 활동 범위도 학교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제도라 하더라도 환자가 직함을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면 보다 명확한 안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학에서는 '겸임교수', '초빙교수', '객원교수'라는 직함이 널리 사용됩니다. 이들 역시 모두 정년을 보장받는 전임교수는 아닙니다. 일정 기간 강의를 맡거나 연구 협력을 위해 위촉되는 경우도 있으며, 일부는 상징적인 의미만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인은 모두 '대학교 교수'라고 받아들이기 쉽지만 실제 역할은 상당히 다를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도 '고문', '자문위원', '기술자문', '명예회장' 같은 직함은 기업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표현일 뿐 경영에 직접 참여하거나 상근하는 직책을 의미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률사무소나 회계법인에서도 자문 변호사나 자문 회계사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상시 근무 여부와 업무 범위는 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환자는 의료인의 경력과 전문성을 신뢰의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대학병원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일반 병원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진료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됩니다. 따라서 의료기관이 사용하는 직함은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 환자의 선택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보가 됩니다.
의료법은 의료광고의 허위·과장 표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사실인 경력은 광고할 수 있지만 환자가 오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해서는 안 됩니다. 오래전에 종료된 직함을 현재 활동하는 것처럼 표시하거나, 현재 대학병원 교수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는 광고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병원 소속 여부와 교수 직위를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하며, 의사의 전문의 자격과 병원 특권(Privileges), 학술 활동 등을 별도로 공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 역시 의료인의 등록 정보와 전문 분야를 공식기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직접 의료인의 자격과 등록 현황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한국에서도 의사의 면허와 전문의 자격은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의 정보를 통해 일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병원의 규모나 광고보다 의료진의 전문 분야와 수술 경험, 진료 실적, 학회 활동, 환자 안전 시스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환자들이 자주 오해하는 표현도 적지 않습니다. '대학병원 출신'은 해당 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다는 의미일 수 있고, '전 교수'는 일정 기간 교수로 재직했던 경력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외래교수' 역시 현재 대학병원에서 진료하는 의사와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표현 하나만 보고 의료진의 현재 역할까지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의료 소비자는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합니다. 문제는 정보의 양은 늘었지만 정확한 의미를 구분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의료 광고가 점점 세분화될수록 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경력을 설명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문화도 함께 자리 잡아야 합니다.
병원을 선택할 때는 화려한 직함보다 객관적인 정보를 먼저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의료진의 전문의 자격과 진료 분야, 임상 경험, 환자 후기, 병원의 안전관리 체계까지 함께 확인한다면 광고 문구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의료기관 역시 환자가 혼란을 겪지 않도록 직함의 의미와 현재 활동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안내하는 노력이 이어질 때 의료에 대한 신뢰도 함께 높아질 것입니다.
참고자료:조선일보